몇회에 걸쳐 제가 서울예대 실용음악과에 진학하게된 동기와 실기경험담등을 올려드릴 생각 입니다.
요즘 한참 입시준비에 여념 없으실텐데..(몇몇 학교는 이미 실기 들어갔고!)
조금의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좋겠군요.

그럼 본문으로 고고싱!


: 리얼한 시대상을 반영하기 위한 장치로 그당시 닭장(나이트클럽)에서 유행하던 음악들 첨부!

1987년 고등학교 2학년
미술을 전공하기 위해 화실을 한참 다니고 있을 때였다.

↑↑↑ 요랬다! 고3의 포스가 느껴지시는가? 큭!

왜 그런거 있지 않은가?
수업시간이 좀 지루해지면..
애들 앞으로 내보내서 장기자랑이라고 노래 시키고 그러는거...

그때 한참 유행하던 노래가 바로 대학가요제에서 상을 받았던
어우러기의 "밤에 피는 장미" 라는 노래였다.

메인보컬이 여자라서 키가 상당히 높은 노래였는데..
음악점수라고는 늘 60점대를 받던 내가..
음이 높은지 알게뭔가?
그냥 불러 제꼈다. (무서운 것도 없던 시절이었으니..)

그걸 옆반의 기타치던 친구가 들었던 모양이다.
쉬는시간에 우리반에 놀러왔다.
"니가 종욱이냐?" (뭐야 이자식 시비거는거야?)
"그렇다!"
"아까 들으니까..노래 잘하던데 밴드 하고싶은 생각없냐?"
"조까!"
"헉......"

그렇다. 난 양아치였던거다.
밴드 따위는 관심밖이었다.

뭐 시나위라던가 백두산이라던가..
그당시 한참 뜨던 헤비메틀 밴드가 멋있어 보이긴 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나와는 상관없는 세계였다.

"암튼 생각있으면 왕십리에서 합주하니까 와라~"
"됐어! 꺼져!"

"헉........." (이놈도 좀 노는놈이었지만...맛이갔을거다..^^)
그런식으로 대응하는게 멋진걸로 인식되던 시절이었으니...
나란 놈도 참 트랜드에 상당히 민감하던 놈이었나보다...

어쨌거나...그냥 그녀석의 말따위는 씹어버렸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 3학년...
스쿨버스를 타고 다니던 나는 거의 제일먼저 버스에 타는 편이었다.
덕분에 기사랑 친해져서 늘 내가 원하는 음악을 들으며 등교 할 수가 있었다.
(물론, 뒷자리에서 담배 피우며 들었다.....말했잖아...양아치였다고..)

어느날인가는 신데렐라를 틀어놓고 버스에서 졸고 있었다.
이윽고 학교에 도착해서 테잎을 빼내려는데..
어떤녀석이 말을 붙인다.

"야! 너도 신데렐라 좋아하냐?"
"뭐야 넌?" (내가 생각해도 참 싸가지 없었다...)
"나는 이승재다. 저번에 봤잖아~"

그렇다. 작년에 기타친다며 깝쭉대던 그넘이다.

예체능을 지원했던 나는 학교에서 따로 예체능반을

운영했던 덕분에 이녀석과 같은 반이 되었다.

그런 인연으로 음악하는 넘들이랑 많이 친해졌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취미가 같다는 의미였다.

내 인생을 음악에 바치겠다는 생각 따윈 애초에 없었다는 말이다.

그러다가 어느순간엔가 나보다 노래 잘하는 놈이 학교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부분에선 좀 잘난척할거다...후훗)

그당시 가장 인기있던 밴드가 스트라이퍼(Stryper)와 헬로윈(Helloween)이었는데..
내 목소리가 워낙 고음이다보니...
똑같이 카피가 가능했던 거였다.
(뭐 고딩때야 카피곡 잘하면 지존아닌가? ^^)

암튼 그런 점들 때문에 밴드를 하게 되었다.
다른 멤버들도 어린나이 답지 않게 전부 실력들이 있었기 때문에..
근처 학교들 사이에선 이름이 많이 알려진 편이었다.

여름방학이 되었다.
그 당시 락밴드들의 메카는 종로 파고다 공연장이었다.

우리와 동시대를 살았던 락키드들이나...음악인들은
이 공연장 잘알고 있을 것이다.
(하다못해 부활 1집의 김태원씨 사진 배경도 파고다 극장 아니던가? ^^;;;)

티켓을 팔아서 우린 공연을 했다.
뭐 집안잔치긴 했지만...
그래도 학교 운동장이나 체육관이 아닌 처음으로 무대다운 무대에 선것이다.
연주한 곡들은

Like Hell. Breakin' the Raw. Somebody Save me. Push Push...

전부 기억은 나지 않고 대충 이정도만 기억 난다.

담임선생님이신 봉인근 선생님도 와주셨다.
(이분은 정말 내가 존경하는 몇분 안되는 쌤중의 한분이다.)

정말 즐겁게 공연했고...뒤풀이도 재미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명동의 스타월드로 뒤풀이 갔었다.

(당근 나이트지~ 말했잖아~ 날라리였다고...ㅋㅎㅎ)

시간은 흘러서 졸업즈음이 되었다.

10월 중간고사를 볼때....
어느 친구가 신문을 한장 들고왔다.

"야 이거봤냐? 서울예전에서 동랑예술제라는걸 하는데...입상하면 그냥 입학이래!!"

귀가 번쩍 뜨이는 소식이었다.
한참 락에 빠져서 허우적대던 나에게 대학에서 진짜 락커가 되는 길을 배운다는 것은..

이를테면 은총 같은 거였다.

그래 미술따위....
3년의 시간과 레슨비가 아깝지만..

음악이 좋은 걸 어떡해...

담임선생님에게 상의를 드렸다.
선생님은 너희들이 원하는게 음악이고 밴드로서 성공을 원하니...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충분히 도와주겠다 라고 말씀 하셨다.

시험이 끝나는 날부터...
예선이 있는 날까지...약 3주간 동안...
매일 4교시만 끝내고 우린 합주실로 향했다.
(조퇴처리도 안해주셨다...그냥 학교 계속 나온걸로 되었다! 쌤짱!!!)

그리고 대망의 예선날이 되었다.


To be Continue..

Posted by 선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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