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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19 나의 실용음악 입시 경험담 4

[지난줄거리]

천재 미소년 락커 종욱군은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드디어 입시시즌을 맞게 되는데..

My Story - 4

이른 봄에 씨앗을 뿌린 농부의 심정으로
2개월간의 입시준비를 끝내고 결국 입시장에 들어서게 된 나.

입시번호는 6번.
아침10시부터 실기시험이었기 때문에..
한명당 10분의 시간을 준다 치고...대략 11시경엔 노래를 불러야 했다.

노래를 불러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아침부터 노래 부른다는 것은 정말 고역이다.
잠자는 동안 온갖 먼지들에 노출된 기관지등이 제 기능을 찾는데엔
적어도 10시간 이상의 활동이 필요하기 때문.

그래도 어쩌겠는가?
하찮은 입시생 한명의 불평따윈 씨도 안먹힐텐데...

그래서 결정한것이..
새벽 일찍 일어나서 몸을 되도록 많이 움직이는 전략.

그날의 행적을 쫓아보면 대략 이렇다.

새벽 4:30분 기상.
상쾌한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
뜨거운 물로 샤워하며 룰루랄라 거리기.

아침 5:30분 아침식사.
어머니가 특별히 신경써주신 식단이 아들을 감격시킴.

아침 6:00분 명상.
옴~~~~~~~

아침 7:00분 마무리.
시창 청음의 마무리 연습. 피아노 입시곡 연주.

아침 7:30분 부모님과 함께 출발.
극구 만류하는데에도 부모님들은 기어코 입시장까지 태워주셨다.
서울예대는 그 당시 남산에 있었다.(현재 안산 캠퍼스로 이전)
명동입구에서 조금만 남산쪽으로 올라가면 되었지만..
일찍 가봤자..학교에서 연습은 힘들었기에..
남산 공원으로 향했다.
어차피 노래는 몸이 최상의 상태를 유지해야 제대로 나온다.
최상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적당한 스트레칭과 깊은 호흡의 반복적 훈련이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할아버지들과 배드민턴 치기;;
그다지 격렬하지 않으면서 은근히 호흡도 가빠지는
이 운동이야 말로 합격기원 운동으로서는 효과만점;

나중엔 의외로 스코어에 연연하는 뻔뻔함을 보이기도;;;
(노인들 상대로 뭘 어쩌겠다는 것이냐?)

어찌되었건 실시장 입장시간까지 이리저리 놀면서 커피도 마시고
간식도 먹고;; 비둘기랑 대화도 하고;; 배드민턴도 치고..;;
(뭐야...뭘 이렇게 많이 한거야? 아침부터..-_ㅜ)

아침 9:30분 실기장 입장
부모님의 응원을 뒤로한채 실기장으로 들어간 나.
주변을 살펴보니 전부 한가닥 할 것처럼 생긴 녀석들이 바글거린다.
정장을 입고 온것은 나 하나뿐;;
전부 캐쥬얼 일색...
정말이지 그 때 뭔 생각으로 정장을 입고 갔는지 모르겠다.
남들이 봤을땐 아마 결혼식장 들어가는 새신랑으로 보였을듯;

아침 11시 경 실기테스트 시작.
떨리는 마음으로 강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동랑예술제 예선전을 치뤘던 곳이기에 그나마 익숙해서 다행.
내가 입시곡으로 준비한 곡은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이었다.
당시 대박 떴던 노래이기도 하고 그다지 높지 않은 음역대여서
편안하게 골랐었다.
반주는 김윤아 라고 나 피아노 가르쳐줬던 누나가 해줌.

[여기서 잠시고백-1]
지금에서야 고백하지만..
나 이 누나 짝사랑했었다. 얼굴 예쁘고 몸매좋고..
이 누나도 날 좋아했던 것같다.(여러가지 정황으로 볼때..)
그렇지만 그당시는 지금처럼 자유연애가 보장되던
시대 상황이 아니었다구..
한살은 요즘 연상으로 치지도 않지만...
그 당시 기준으로 보면 거의 패륜;;;;;
썅...난 시대의 희생자였던게야!!!
"누나 사랑했었어" 왠지 스티브 유의 노래제목이 연상되지만..
진심이었답니다. 흑... ㅜㅜ 다시 보고싶다.

노래를 부르기전 실기실에 들어와 있던 조교가
교수님들을 향해서 한마디 던져줬다.
"이번 입시생은 저번 동랑예술제에서
그룹사운드 대상 받은 친구입니다"

교수들은 고개만 끄덕끄덕;; - 왠지 불안해지는 기분;

어쨌거나 노래시작.

아앗!! 실수다!! 실수다...
고음에서 소리가 뒤집어져 버렸다.
아침이잖아. 아침.. 될대로 되라지..샤우팅으로 질러버렸다! 봵!

어찌 되었건 그거 하나 빼곤 무사히 끝났다.
그리고 남은 시험은 그 어렵다는 피아노와 시창, 청음 -_-;

-To be Continue
Posted by 선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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