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의 경기를 보며 역시나 만감이 교차했다.
이른바 축구의 세계화를 의식해서 대항마로 만들었다는 야구대회 치고는
참 허접해 보였기 때문이다.

- 절대 한국의 경기력이나 멕시코의 경기력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말도 안되는 미국편향의 대진표나 알량한 광고의 댓가로 유리한 일정을 따낸 일본의 얍쌈함등이
이 대회 자체의 권위를 스스로 깎아 내리고 허물어 버렸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조상의 국적에 따라 각 국가 대표팀에 합류 가능 하다는 엄청난 포스의 룰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다저스와 뉴욕메츠를 거친 당대 최고의 공격형 포수 "마이크 피아자"가 이번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에서 코치를 자청하고 나선 것은 나름 꽤 유명하며..
베네주엘라, 푸에르토리코,도미니카공화국, 멕시코등의 선수들은 거진 메이저리그 현역 선수들이다.

즉 우리가 멕시코에게 졌어도 하등 이상할 이유가 없는 경기였다는 것이다.

축구로 비교해 보자면...

내 먼 조상이 중국의 사신으로 우리나라에 와 정착 했으니 700년이 흐른 지금 중국 대표팀에 돌아가서
월드컵을 뛰련다......뭐 이런 막장인 것이다.
아니면 프랑스로 귀화해 프랑스 국가대표로 활약 했던 미드필더 "지단"이 갑자기 울컥 하는게 있어서
기자들 앞에서 "내 고향 알제리의 국가대표로 다시 월드컵을 뛰겠소!"
뭐 이런 폭탄선언을 하는 것과 진배 없음이다.

아닌게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지 않은가?

몇년 전 백차승이 미국으로 귀화 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지금은 엄연한 미국인인 백차승을 우리 대표팀에 합류 시키려 김인식 감독이나 코칭스탭이 노력한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 하면서도 뭐 이따위 대회가 있나? 라는 어이상실의 비웃음 마저 자아 낸다.

미국인으로 귀화 했으나 조상의 혈통에 따라 미국대표도, 한국대표도 할 수 있다는 이상한 룰은...
다민족 국가인 아메리카에선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꽤나 자연스러운 발상 일 수도 있지만,
여타 다른 국가들의 입장에서 보면 참 희안한 룰인거다.
- 이해는 간다. 그렇게라도 선수들을 늘려야 대회규모가 커지니까...(참여국가도 늘어나고!)

가뜩이나 야구라는 스포츠를 즐기는 나라는 몇개 나라로 한정 되어 있는데...
이런 이상하고 야릇한 룰은 더이상 다른 나라에게 야구 따윈 즐기지 말아줘 란 말과 다름 없잖아?
- 내셔널리즘이 없는 국가대항전이라니...앙꼬없는 찐빵이 바로 이 맛?

결국 궁극적으로는 메이저리거들만 가득한 야구대회를 만들겠다는 의도임이 불 보듯 뻔하다.
그래서 미국은 준결승전까지 한국이나 일본과는 만나지 않는 엿같은 대회룰까지 만든 것 아니겠나?
주인공을 위한 영화인데 조연만 살아 남는다면 일단 그네들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을테니..

대회를 잘 살펴보면 사실 답이 나온다.

그럴듯하게 세계 야구 선수권 대회처럼 포장했지만...
따지고 보면 한,미,일 삼국 프로리그의 대회 일 뿐이다.

그리고 이 대회에서 가장 골때리는 팀이 바로 지금 우리나라 대표팀이다.
미국애들 입장에선 한국이란 나라는 참 희안할 것이다.
다른 나라팀들에 6명-10명넘게 소속된 메이저리거가 단 한명 밖에 없는 기괴한 팀인거지.
게다가 심지어 그 메이저리거가 후보다;;;;;
나머지는 듣보잡 자국리그 출신들.

어제 우리의 듣보잡 무명 타자들이 메이저리그 10승 투수를 홈런 3발로 강판 시켰고!
듣보잡 무명 투수들은 힘으로 윽박질러서 삼진을 잡아 냈으며,
듣보잡 무명 주자들은 틈만 나면 더블스틸에 딜레이 스틸에...
경기를 보면서도 멕시코 출신 메이저리거들의 황당해하고 당황해 하는 모습이 참 어찌나 가엾던지;;;

자 이쯤에서 다음 경기를 예상해보자.

일본과 최대 5번까지 경기 가능하다는 이번 대회의 막장 방식은 논외로 치고! (젠장!)
우리가 콜드패 당했을 때는 분명히 버리는 경기였고 이젠 버리면 안되는 경기다.

물론 이번에 패해도 패자부활전이 있으니 한번의 기회가 더 있는 셈이지만..
큐바나 멕시코나 일본 이상의 강팀이며 만약 우리가 져도 하나도 이상할게 없는 팀들이니 만큼..
지금부터는 매 경기가 결승이라 생각하고 무조건 이겨야 한다.

다음 경기는 우리가 봉중근, 일본이 이란혼혈의 다르빗슈가 선발일 확률이 크다.
개인적으로는 분명 난타전이 될것이라 본다.

더이상 1점 승부는 없다.
봉중근은 이미 어느정도 일본에게 간파 당한 상태고
다르빗슈 또한 공이 너무 깨끗해서 사실 우리타자들이 오히려 선호하는 유형의 투수다.

분명 초반 투수 운영이 게임의 승패를 가름할 것이다.
오늘 경기에서도 김인식 감독님의 엄청난 포스가 잘 나타난 한판 이었지만...
지장이자 덕장인 김인식 감독님의 진정한 포스는 아마 다음번 경기인 한-일전에서 다시 한번
확실하게 진가를 발휘 할 것이다.

조심스레 5점차 한국의 승리를 점쳐본다.

설레발이라도 좋다.
솔직히 한국이 우승 했으면 좋겠다.

자국리그 선수들 만으로 이 정도 활약을 펼치는 나라 있으면 한번 대보시라!

우리나라 선수층도 얇은데 이정도까지 해주는 거보면...
축구니 야구니 필드하키니 핸드볼이니...
정말.....한국 대단하다고 생각 되지 않나?

엘리트 스포츠를 지향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솔직히 재능이 없으면 아무리 엘리트 육성 시스템을 풀 가동해도 절대 안되는거다.

연봉 다 합쳐봐야..이번 미국팀 숏스탑 "데릭지터" 한명의 몸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우리 야구팀 선수들..
경이롭도다.

공포의 외인구단이 실존하다니;;;;

막장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에서 단 하나의 재미를 꼽으라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더 메이저리그를 또는 일본리그를 헤집어 놓는지 지켜보는 낙인듯!

Posted by 선종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