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회에 걸쳐 제가 서울예대 실용음악과에 진학하게된 동기와 실기경험담등을 올려드릴 생각 입니다.
요즘 한참 입시준비에 여념 없으실텐데..(몇몇 학교는 이미 실기 들어갔고!)
조금의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좋겠군요.
가급적 1편부터 보시길 바랍니다.

그럼 본문으로 고고싱!

[지난줄거리]

천재락커 종욱군은 기타와 만나 밴드를 조직하고
서울예대에서 주최한 동랑예술제에 참가하게 되고...
아...귀찮어..귀찮어...나머지는 찾아서 읽어봐여!!!! 흥!

My Story 3

서울예전에서 날아온 소식..
입학특전은 개뻥이었다는 한마디...(>쿵
한마디로 아이들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것이었다.
썅! 이게 뭐야....

우린 갖은 고생을 하며 그 자리까지 올라갔는데..
(정말 하루에 6시간씩 피같은 돈 줘가며 합주실에서 똑같은 곡 지겹게 연습했다.)

자기네도 알고보니 연극과에만 해당되는 사항이란다.
그당시 실용음악과는 국악과에서 갈려나온지 갓 1년이 되는 해였다.(국내최초로 개설된 학과였음)
내가 입학하면 실용음악과 2기가 되는 셈이다.

상황이 그러다보니..학교에서의 입김이 작았고..
처음부터 확답을 안주다가 학교내에서의 논의끝에 입학특전을 주지 않기로 결정했단다.

정말 힘빠지고 화나고 열받고...뚜껑열리고...
그래서 따지러 실용음악과 과사무실로 갔다.

우리밴드 일동 : 아! 씨바!!! 이런법이 어딨어! 1등하면 그냥 합격이라매? 앙!
약간 쫀 조교 : 미안해.....

우리는 분을 참지 못하고 사무실의 집기와 기물을 모조리 부수고..난동을 피웠으며..
책상위의 악보들과 악기들을 모조리 마당에 끌어내서 불태웠고...
조교의 목을 질질 끌고 다니다가 기둥에 매달아버렸다....

라고...이야기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우리가 제아무리 양아치에 앞뒤 안가리는 락커라 해도..
그정도 씁새들은 아니었다.

대신 조교의 이런 위로를 들을 수 있었다.

"만약 너희가 입시를 치른다면..실기시험때 플러스 되는 점수가 있을 것이다."

씨바...시험이고 나발이고...
난 여태 음악점수 60점 넘은적도 없고..
계이름도 못보며...
피아노를 한번도 쳐본적이 없었다.

만약 내가 이 학교의 실용음악과를 지원하려면 어떤 공부를 했어야 할까?

(89학번 기준)
입시곡으로 가요나 팝중에서 1곡을 불러야하고..
화성학 온음계적 전조까지 숙련된 솜씨로 풀어내야 하며..
주어지는 악보를 정확한 음높이로 부르고
피아노로 연주하는 멜로디를 악보에 받아 적어야 하며..
피아노 체르니 30번중에서 두곡을 똑부러지게 연주해야 한다.

(주.1)
자 입시를 치른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어버리지 않고 악보없이 연주 할 수 있는 유일한 곡.
체르니 30번 중 토나올때까지 연습했던 곡 28번 직접 연주해 올려 드립니다.
들어보시고 과연 이게 초심자가 연주 가능한 곡이 었을지 판단 부탁 드립니다.



씨바! 씨바! 씨바!
이게 될 법이나 한 소리인가?

19년동안 피아노 앞엔 앉아본적도 없고...
머리가 어질해서..락밴드 스코어 악보도 쳐다보지 못하는 나더러...

화성학 공부에..
피아노 공부에...
시창과 청음 공부에....

헐....

그래 뭐 다 좋다 이거야...
근데...근데......

실기시험까지 남은 시간이 단지 2개월 뿐이다....

이게 뭐야!! 이게 뭐냐구!!
한마디로 학교 들어오지 말라는 말과 같은 것 아닌가?

우리밴드는 학교에서 나와 압구정동의 자주가던 카페에 앉았다.
(내 기억으론 여자애들 없이 간건 그때가 첨인듯...쳇..)

웨이터 : 주문하시겠습니까?
밴드일동 : 술...술을 줘...독한걸로...
웨이터 : 네? 낮인데..괜찮으시겠어요?
밴드일동 : 씨바 우린 지금 암흑이야..깜깜하다구!!! 술을 줘...술...

맥주를 마셨다.
가슴이 답답해졌다.

나는 정말 기로에 섰다.
3년동안 해오던 미술을 택할 것이냐..
떨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 2개월 남은 입시를 위해 음악공부를 할것이냐..

다른친구들과 조금은 다른 상황이었던 것이다.
(다른녀석들은 그래도 악보도 볼 줄 알고 피아노도 다뤄봤던 놈들이다..)

결국 우린 합의를 봤다.
남은기간 최선을 다하자.
우리는 전국제패를 했던 밴드가 아닌가? 힘을 내자..

뭐 대충 이런말이 오간것 같다.

집에 돌아와서 곰곰히 생각하다가 부모님께 말씀 드렸다.

"여차저차해서 음악공부를 해야 할것 같습니다."
"미대는 어쩌고?"
"시험은 일단 보겠습니다."
"알았다. 뭐가 필요한거냐?"
"피아노와 레슨비가 필요합니다"
"중간에 포기할 작정이 아니라면 지원해주마"
"감사합니다. 용돈도 좀 올려주세요"
"........................"

퍼퍼퍽!

사실...글로는 다 못할 여러가지 갈등이 부모님과 있었다.
그래도 부모님이 허락해주신것은 지난 1년간 밴드를 하면서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보셨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무튼, 본격적인 입시준비에 들어갔다.
음악선생님에게 화성학과 시창,청음을 배웠으며..
피아노는 개인레슨을 했다..

가장 문제가 된것은 피아노였다.


고등학교 3학년이면..이미 손가락이 굳어서 체르니는 커녕 바이엘도 치기 힘들다.
게다가 2개월안에 체르니 30번 곡을 외워서 쳐야 한다면...
그건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그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냥 피아노와 사랑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한마디로 맨날 껴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첫번째로 내가 한일은 이웃집에 인사드리기 였다.
앞으로 시간이 없는 만큼 입시전까지는 밤이고 낮이고 계속 피아노를 쳐야만 하는데..
이웃집의 테클이 있다면...막대한 지장이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내 노래연습방식은 좀 독특해서 화장실에서 연습해야
잘 외워지고 잘 불러진다..

방음안되는 빌라에서 사시는 분들은 다 알겠지만..
화장실에 가만 앉아있으면 이웃집 화장실 물내리는 소리에 힘주는 소리도 다 들린다.

그래서 한 일이 바로 케이크를 하나씩 사들고 아랫집, 옆집에 인사를 한 것이다.

" 저 이번에 학교 가야합니다. 마음잡고 공부하려 합니다. 2개월간은 많이 시끄러우실 겁니다.
너그럽게 용서해주세요. 꼭 합격해서 인사드리러 오겠습니다."

학생이 이렇게 이야기 하는데..
"닥쳐 임마! 니가 합격하던 말던 알게뭐야! 조용히 안하면 신고할테닷!"
이런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 정말 착한거다..)

아무튼, 그렇게 난 꼬박 2개월을 죽을둥 살둥 매달렸다.
밥도 피아노위에서 먹고, 화성학 공부도 피아노 위에서 했다.
피아노와 친해져야 했기 때문에 어쩔수 없었다.

1개월간 바이엘 상,하권을 전부 쳤다.
(바이엘 하권은 뒤에가면 어렵다. 사실 좀 건너뛴 곡도 있다..^^;;)

그리고 소나티네 한곡 쳐보고 바로 체르니로 넘어갔다.
믿기지 않겠지만...
2곡 치고 시간이 남았다.

지금은 그 당시처럼 눈에 악보가 안들어오지만..
그 땐 정말 악보보면 살짝 절기는 해도 바로 바로 연주가 가능했었다.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인간은 역시 궁지에 몰리면 초능력을 발휘한다는...)



날 가르치던 레슨선생 (이래봤자 한살 많은 누나였지만..)이
내 생전 너같은 독종은 첨봤다고 이야기 할 정도였으니...말해 무엇하리..

어쨌거나 시간은 흘렀고 드디어 실기시험이 시작 되었다.

To be Continue...



Posted by 선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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